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공동제작 에그필름·쇼이스트)가 이번에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영화는 명실공히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가 미군의 이라크 전쟁포로 학대 파문과 맞물려 있는 화제작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올드보이'는 사실상 작품성으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웰 메이드' 상업영화로 평가되는 '올드보이'의 수상은 대중과 유리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칸영화제가 과감하게 노선 변화를 시도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국내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영화를 비롯한 아시아 영화를 주목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유럽 영화계에 반성을 촉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토록 한 것이다. 이번 칸영화제 마켓에서 한국 영화에 쏠린 각국의 관심이 이를 반증했다. 전체적인 거래실적이 예년에 비해 저조한 편이었지만 한국영화 부스에는 발길이 이어지며 거래실적도 1천만달러를 훌쩍 넘었다. 한국 영화는 높아진 위상을 발판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발언권이 강화되고 해외시장 진출도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제 한국 영화계의 목표는 3대 영화제 최고상 수상과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좁혀졌다. 칸=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