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와 까르푸 간 힘겨루기는 지난 10여년 동안 끊임없이 벌어진 제조ㆍ유통업체 간 주도권 싸움 4라운드로 볼 수 있다.
올해 1월 식품업체와 할인점 간에 벌어졌던 3라운드는
풀무원과 까르푸 간 분쟁.
당시 풀무원은 원가 인상 요인을 들어 납품가격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다 까르푸의 반대에 부닥치자 까르푸 매장에서 두부와 콩나물 등 34개 품목을 빼버렸다.
이후 협상 끝에 납품가격을 일부 인상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했다.
국내에 할인점이 처음 생긴 지난 93년 이래 분유 가전제품 생식품 등으로 종목을 바꿔가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가격 주도권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1라운드는 할인점들이 초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체와 충돌했고 2,3라운드는 불황기에 제조업체, 유통업체 모두 생존을 위해 가격협상을 벌이다 빚어진 결과다.
1라운드는 분유업체와 할인점 간에 발생했다.
97년
신세계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 경쟁 업체들보다 자사 판매가격이 높으면 그 차액을 보상한다고 선언하면서 납품업체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이마트가 납품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하자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분유업체들은 납품을 중단하겠다며 버텼다.
양측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2라운드는 가전업체와 할인점 간 싸움.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HDTV 등 일부 고급 가전제품 납품가를 4∼6% 올리고 할인점에 파견했던 판촉사원까지 철수시키자 할인점들은 진열대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빼버렸다.
이 와중에
LG전자만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 싸움은 할인점의 완승으로 끝났다.
제조업체와 판매업체 간 갈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유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월마트도 일부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납품업체 이익을 빨아먹는 착취자'라는 욕을 먹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매장이 5천개를 넘을 정도로 막강한 구매력을 보유, 제조업체들이 섣불리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월마트의 권위에 도전하는 순간 매출 추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