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고유업무인 금융감독 기능을 놓고 잇단 구설수에 올라 있다. 연내 도입을 추진 중인 자동차 보험료 차등화 방안이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에 부딪쳐 난항이 예고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 재인상과 관련, 담합 배후로 지목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 금융회사 감독도 '부실'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우리카드 직원의 4백억원 횡령사건이 터진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사후처방만을 내놓았을 뿐 '유령주식'조차 가려내지 못했다는 것. ◆ 감독기구가 갈등의 중심 지난 20일 김완주 전주시장을 비롯한 전북ㆍ강원ㆍ대전ㆍ충남지역 지자체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가 이정재 금감위원장을 항의 방문했다. "도로사정이 나빠 자동차 사고율이 높은 지역의 자동차 보험료를 높이는게 말이 되느냐"는 요지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공정위가 금감원을 시장경쟁 저해 주체로 보고 시정을 요구키로 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율을 내렸다가 올린 것은 담합에 해당하며, 이는 금감원의 행정지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역별 요율 차등화는 선진국에서 이미 자리잡은 보편적 추세이며, 손보사 보험료율 책정에 행정지도를 한 것은 무리한 인하경쟁이 업계에 야기할 출혈경영을 예방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잇단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업무처리가 그만큼 매끄럽지 못함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위는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문제,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논란, 삼성카드의 금융산업구조조정촉진법 위반 논란 등으로 삼성그룹과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회계처리와 관련해선 회계학회의 공박을 받고 있으며 에버랜드와 삼성카드 문제는 규정 미비라는 지적이 높다. ◆ 사고방지는 '남의 일' 지난해말 금감원은 대호 등 4개사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주식을 허위로 발행한 것을 적발해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유령주식'을 산 선의의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이들은 현재 금감원과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엔 우리카드에서 4백억원의 횡령사건이 터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도 "감독과 내부통제 시스템엔 문제가 없으며 금융회사 직원의 모럴해저드가 문제"라고 돌려 세웠다. 금감원은 사건이 터진후에야 사고재발 방지 공문을 각 협회에 보냈으며 다음달엔 신용카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 빠른 대수술로 책임의식 높여야 신용카드 부실과 관련해 감독당국 감사를 진행했던 감사원의 한 당국자는 "감독체계가 복잡하고 통일성이 결여돼 있어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금융사건이 터졌을 때 금감원은 감독정책 수립권한과 책임이 금감위에 있다며, 금감위는 금감원이 감독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며 서로간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시장에선 감독당국의 생각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시장친화적 감독을 강조하는 반면 이동걸 부위원장은 생보사 등 재벌을 도둑에 비유하며 개혁대상으로 삼는 등 감독당국의 철학을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혁신위원회가 추진중인 감독기구 개편작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