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5.3%를 기록했다지만 그 내용을 따져보면 앞으로의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경기변동을 나타내는 전기 대비 성장률로 보면 0.8%에 불과,지난해 4ㆍ4분기의 2.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세계 주요국들은 회복세가 뚜렷한데 반해 우리만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게다가 2ㆍ4분기 들어 중국의 긴축정책,고유가,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임박 등 대외적 불안요인도 적지 않아 1ㆍ4분기 성장을 홀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출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 역시 낙관적인 성장전망을 불허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성장 우선이냐''개혁 혹은 분배 우선이냐'는 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확산되는 듯한 양상이다. 크게는 정책당국과 재계 사이가 그렇고,작게는 정책당국 내에서도 그렇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런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정말 걱정이 앞선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고용을 하고자 한다면 성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고용없는 분배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고 보면 성장은 분배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성장을 선택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무엇이 기업이 해야 할 일인지 우리 사회가 명확한 인식을 하지 못한 탓도 크다고 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성장동력은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게다가 갈수록 개방화,글로벌화되면서 성장동력으로서의 기업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의 성장동력 역할보다는 분배 역할을 강조,마치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뒤바뀐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지만 그 역시 기업의 성장과 이윤추구라는 일차적 목적 달성이 본질이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결국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것이고,그러자면 기업의욕을 되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선결과제라고 보는 것이 옳다. 정부도 그런 방향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내일 대통령과 재계가 만나는 자리에서 현재의 경제상황과 해법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