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기업 할 일' '정부 할 일' 분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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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된 사회공헌기금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공론화 언급에 이어 경총은 노사교섭 대상이 아닌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정부와 재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선 기업에 대한 사회공헌기금갹출 요구는 공론화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주장이 대두되고 공론화 얘기가 거론되는 것은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간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흐려진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록 정부의 이같은 역할은 더욱 강조된다.
시장경제기능의 강화 등으로 사회안전망 확충이나 재교육시스템 마련 등이 중시되는 까닭이다.
지금 논란을 빚고 있는 사회공헌기금 같은 제도 또한 분명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기업은 정부와는 다른 고유의 역할과 책무를 갖고 있다.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해 세금을 많이 내고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때문에 기업이 재투자비용으로 써야할 이익을 사회공헌기금과 같은 기업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어쩔수 없이 약화되고,그렇게 되면 결국 사회공헌보다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올게 틀림없다.
본란에서 사회공헌기금 갹출이 '기업이윤의 유용'이라고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부담에 시달리고 있다.주5일 근무제 시행,인금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맞물리면서 기업에 전가되는 부담이 적지 않다.그런데도 경제주체간의 고통분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주5일제 시행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지만 노조측은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에서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공헌기금 등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논란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는 일임을 정부도 명심해야 한다.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선결과제는 경제주체들간 분업과 협업의 원칙을 분명히 마련하고,이를 토대로 기업은 이윤창출을 통한 투자와 고용확대에 매진하는 한편 정부는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우리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개혁을 항상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