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리바이스와 사회공헌기금 .. 김정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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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의 대명사인 리바이스(Levi's Strauss & Co.)는 미국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미국 기업 처음으로 채용시 성차별이나 인종적 차별을 철폐했을 정도로 고용 균등의 기회를 중시하는데다 매년 2천만달러 이상의 기부를 통해 사회와 공동번영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리바이스가 미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무엇보다 고용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GAP 올드네이비 등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공장을 해외로 옮길 때도 리바이스만큼은 '기업 최고의 사회공헌은 고용유지'라며 미국내 생산을 고집해왔다.
리바이스는 카우보이를 상징하는 청바지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미국의 심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제 리바이스의 공장은 미국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월 마지막 공장이 폐쇄되면서 이 회사의 제품은 전량 해외에서 조달되고 있다.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경쟁사의 제품과 더 이상 경쟁할 수 없게 된 결과다.
리바이스는 '사회적 책무 준수'에 매달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6년 71억달러나 되던 매출은 41억달러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지난해에는 3억4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급기야 연간 매출 14억달러 규모의 캐주얼브랜드 다커스(Docker's)를 매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리바이스가 미국내 마지막 공장의 폐쇄를 발표하자 미국인들은 "1백50년 미국의 전통이 몰락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리바이스의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누구보다 철저히 사회적 책무를 자임해온 회사라지만 소비자들은 결코 리바이스를 위해 지갑을 열지 않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변치 않는 명제는 '기업의 사명은 이윤 창출에 있다'는 점이다.
구태여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업이 이윤 창출이라는 본연의 사명에 충실할 때 고용 창출과 사회 발전이라는 공공의 이익도 동시에 실현되는 법이다.
일부 노조가 기업 이익 일부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비정규직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조는 파업 등 강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만 난감할 뿐이다.
기업의 이익은 우선적으로 주주들의 몫이다.
이익의 일부를 종업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지만 역시 남은 것은 향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실탄'으로 비축돼야 한다.
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은 성장의 동력이 어떤 형태로든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와도 같다.
경쟁국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내는 기업들에 또 다시 '준조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그 이상,그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
최근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경상흑자를 내는 대기업 가운데 경상이익의 5%를 사회공헌에 사용하고 있는 곳은 17.6%나 된다.
결코 외국 기업에 비해 적은 규모가 아니다.
구태여 사회공헌을 '강요된 사회적 합의'의 틀로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회적 책임을 강제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비용은 자연히 제품가에 전가되고 투자의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조가 사회공헌기금을 고용안정에 사용하자고 주장하지만 비용 부담을 안은 기업은 종업원의 일자리를 줄이려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정으로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 무엇인지,함께 생각해볼 일이다.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