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시민단체의 대체복무제도 입법운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분단 현실 속에 주한미군마저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는 '양심의 자유'에 앞서며 이런 움직임이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커지고 있어 갈수록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법안을 마련,17대 국회 개원에 맞춰 입법청원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마련한 대체복무법안의 주요 내용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정하기 위한 독립적 지위의 대체복무위원회 설치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복지시설,장애인·환경단체 대체복무(사회봉사) 인정 △대체복무자에 대한 차별금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면복권 조치 등이다. 이 단체는 26∼28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한 대만을 방문해 대체복무 관련기관을 둘러보고 대만 현지 병역거부자와 군 관계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6월에는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대체복무제 입법을 위한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고 17대 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로비단을 구성,대체복무법안의 의원입법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병역거부자의 인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며 "2년이 넘도록 계류중인 현행 병역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전향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병역거부운동에 대한 반대여론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헌법학자인 명지대 허영 교수(68)는 "우리 헌법은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국민의 국토방위 의무도 함께 보장하고 있다"며 "국토방위의 의무를 무시하고 양심의 자유만 강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헌법을 통일적으로 해석하지 않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독일의 경우 국토방위의 의무는 기본법 규정에 없고,양심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양심상 집총거부권을 함께 규정하면서 매우 엄격한 요건으로 병역거부권 인정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병역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집총거부가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재향군인회 소속 회원 2백50여명도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편,'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결로 큰 파장을 불러온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35)는 이날 "판결에서 대체복무제를 언급했지만 '이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취지였을 뿐 대체복무제가 맞다 또는 아니다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