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까르푸예요?" CJ가 할인점 까르푸 매장에서 제품을 철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24일 식품업계의 반응은 이구동성이었다. CJ와 까르푸 분쟁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고 앞으로 제2,제3의 유사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코멘트 일색이었다. 납품업체들이 할인점을 비난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비판 강도가 너무 높아 의아할 정도였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업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할인점 행위가 아니라 '살인점 행위'가 아니냐" "불경기 속에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가격을 적정선으로 올려주지 않으니 죽으라는 얘기냐"는 성토도 나왔다. 오히려 CJ가 부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CJ는 브랜드 파워가 커 까르푸에 맞설 수 있었지만 중소 납품업체들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다는 하소연이었다. 사정이 이쯤 되자 당사자의 반응이 궁금했다. 까르푸는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억울해했다. "CJ측이 판매장려금과 판촉지원비를 과도하게 삭감하는 등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제안해왔고 계약이 지연되자 제품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CJ측 요구를 수용할 경우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까르푸는 한국의 다른 할인점과 비슷한 가격 정책을 쓰는데 까르푸만 나쁜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항변했다. 까르푸 논리에도 수긍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런데 왜 할인점중 까르푸만 올해초 풀무원에 이어 다시 납품업체와 가격 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한국적 정서를 무시하고 프랑스 본사의 원칙을 너무 내세우기 때문은 아닐까? 지난 96년 한국에 들어온 까르푸는 그동안 8천9백억원을 국내에 투자했다. 시장점유율도 높아져 할인점업계 4위에 올라 있다. 외투기업 까르푸가 한국에서 하루빨리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고기완 생활경제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