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외국업체들의 특허 소송과 과도한 로열티 공세가 전방위로 진행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국업체들이 특허를 앞세워 한국 업체들의 성장세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 경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외국업체들은 특히 반도체는 물론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등 한국 전자산업의 핵심 분야를 모두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국내 업체들은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 업체 너무 컸다' 외국업체들이 특허를 내세워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은 무엇보다 한국 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경계의 대상' 차원을 넘어 '위기의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선진 외국업체들은 뛰어난 양산기술과 발빠른 마케팅 능력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영원한 2위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세계 D램 반도체부문을 완전 장악한데 이어 LCD,PDP,휴대폰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사실상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외국업체들의 특허 공세는 경쟁업체에 대한 '의례적인 경고' 수준을 넘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의 발동으로 보인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국내 이동통신산업 직격탄 일본 도시바와 미국 모토로라 등 이동통신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업체의 로열티 지급 요구는 국내 이동통신산업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바는 휴대폰 또는 중계기 등 단말기 형태에 관계없이 위성 DMB단말기 1대당 판매가격의 2%를 로열티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도시바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국내 기업들은 단말기 1대가 팔릴 때마다 6천∼1만4천원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휴대폰 겸용인 경우 퀄컴사에 주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칩 로열티 5.25%(3만6천7백50원)까지 합하면 5만원이 넘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TU미디어는 지난 21일 위성DMB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 기륭전자 현대오토넷 등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로열티는 단말기가 아닌 DMB칩 가격(15만원 안팎) 기준으로 매겨야 하며 △50만대 이하,50만∼1백만대,1백만대 이상 등 칩의 수량에 따라 로열티를 정액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TU미디어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주말께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측과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며 "이번 협상으로 오는 8월 위성DMB 상용서비스 계획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휴대폰에서 세탁기까지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 필립스 등의 유럽형이동통신(GSM) 특허료 요구로 당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중소업체들이다. 외국 업체들은 단말기 판매가의 8∼10%를 요구하고 있어 이 경우 수백만달러의 로열티를 물어야 한다. 한 중소 휴대폰 단말기업체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매출액의 5∼10%를 예비비로 책정해놨다"며 "하지만 솔직히 8∼10%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내면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도 특허공세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도체,LCD,PDP 등의 분야에서 특허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업체들의 공격이 이 같은 첨단 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기업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세탁기 관련 특허공세에 시달려오다 최근 미국 월풀을 상대로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최명수·고성연·장경영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