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조기 개각방침에 제동이 걸렸다. 고건 총리가 24일 오후 노 대통령의 각료 제청권 요구를 거부하면서 사표를 제출,참여정부 2기의 개각이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고 총리는 이날 총리공관에서 김우식 비서실장을 만나 개각문제를 놓고 막판 담판을 벌인 뒤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금명간 고 총리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를 던진 고 총리=고 총리는 이날 김 실장과의 회동에 앞서 각료제청권 행사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 총리는 탄핵정국이 마무리될 즈음 노 대통령에게 총리직 사퇴입장을 밝힌 만큼,퇴임하는 총리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정신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총리는 이날 오후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사표를 던졌다. 자신의 정치적인 이미지에 흠집을 내지 않은채 차기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 총리는 그동안 "내 임기는 16대 국회가 끝나는 29일까지"라고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금명간 사표수리=청와대는 고 총리가 속시원히 임명제청권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며 논평과 반응을 삼갔다. 한 실무 관계자는 "총리의 제청권 못지 않게 대통령 업무에 대한 보좌 의무도 있는 것 아니냐"며 총리의 '전향적 태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김 실장이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 이상으로 청와대의 입장을 더 설명할 상황이 못된다며 "일단 지켜보자"고 말했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번에 고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아 개각이 다음달 중후반으로 미뤄질 경우 개각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청와대는 고 총리가 끝까지 제청권 행사를 고사할 경우 새 총리 지명을 먼저 한 뒤 절차에 따라 내달중 장관들을 임명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후임총리 지명 절차를 살피는 분위기였다. 고 총리는 25일 국무회의를 전후해 노 대통령과 따로 만날 가능성이 있다. 김형배·허원순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