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의 시장통합이 필요합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세계 통합경제 연구로 국제 경제학계의 거목으로 지칭돼 온 김세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65)가 25일 34년간 지켜온 강단을 떠나며 던진 화두도 '통합'이었다. 그는 이날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고별강연에서 "동북아시아는 북미지역이나 유럽연합과 필적할 수 있는 성장 축임에도 경제통합 논의가 미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동북아 지역이 장기적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이룬다면 미국 EU와 더불어 세계 3대 경제권으로서 국제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역장벽이 없는 안정적인 대(大)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바로 동북아 시장통합이 대답"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 교수는 효과적 경제통합을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체결같이 실리위주의 기능적 접근보다는 통합된 시장 형성이라는 장기적인 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중·일의 상호 경제에 대한 신뢰구축과 통화,환율정책,재정·기술협력 등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경제협력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두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 말미에서 "한국이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동북아경제통합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게임규칙과 규율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질서를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지난 62년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으며 유럽경제공동체(EEC) 통합과정에 관심을 쏟다 71년 귀국,세계 각국의 경제통합과 무역정책 등을 연구하며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제시해왔다. 국제경제학회장과 한국EU학회장,비교경제학회장,정보통신정책학회장 등을 맡아 활동했으며 '국제경제질서''EU의 경제학-유럽경제통합의 이론과 현실' 등 20여편의 저서와 60여편의 논문,10여편의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91년 프랑스정부가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탔고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의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