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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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물이 장세 반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25일 외국인이 1천4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종합주가지수가 15.58포인트 하락한 것도 프로그램 매물 탓이다.
증시 분석가들은 그러나 프로그램 매물의 위력이 약해지고 있어 이제는 프로그램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에 주목할 때라고 분석하고 있다.
잠재 매물이던 매수차익거래(현물 매수+선물 매도) 잔고가 24일 현재 3천7백억원으로 지난 2003년 3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잠재 매수세인 매도차익거래(현물 매도+선물 매수) 잔고는 7천8백억원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바닥난 매수차익거래 잔고
지난 5월 초 1조2천억원을 웃돌던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20여일 만에 8천억원가량 감소해 3천7백억원대로 줄었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 영향으로 선물가격이 급락,현물(KOSPI200지수)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으로 전환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청산(현물 매도+선물 매수)돼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을 일으켰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잔고를 감안할 때 매수차익거래 청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의 프로그램 매물은 신규 매도차익거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투신사 인덱스펀드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재규 삼성투신 인덱스운용본부장은 "지수를 좇아가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는 백워데이션 상태인 경우 현물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선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달 초부터 선물이 백워데이션으로 전환되자 인덱스펀드의 현·선물 교체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차거래(주식을 매도하기 위해 빌리는 것) 잔고가 크게 늘어난 것도 신규 매도차익거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프로그램 매수 유입 가능성
LG투자증권 황 연구원은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바닥이 난 데다 인덱스펀드의 80% 이상이 현·선물 교체 매매를 끝낸 만큼 프로그램 매물은 8부 능선을 넘어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프로그램 매물로 인한 수급 부담이 한 고비를 넘겼다는 얘기다.
그는 "프로그램 매물의 추가 압력보다는 베이시스가 좁혀지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물론 선물시장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 동향과 베이시스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2만계약 이상의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외국인이 매수세로 전환할 경우 베이시스 축소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을 점치고 있다.
배재규 본부장은 "베이시스가 콘탱고로 돌아서면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놓았던 인덱스펀드에서 대규모 현물 매수세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외국인이 선물 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도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