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유상증자를 추진하다가 '없었던 일'로 한 코스닥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 침체로 유상증자 발행가격을 제대로 책정하기 힘들어진 데다 투자자들마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금융감독원 권고를 받고 철회해 증자를 주가 띄우기용 재료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급증하는 증자결의 철회 코스닥증권시장은 올들어 증자결의를 공시했다가 이를 철회한 코스닥기업은 모두 11개사로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건보다 57.1%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20억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취소한 사례는 지난해 3건에서 6건으로 1백% 증가했다. 올들어 증자를 철회한 기업의 절반 가량은 주가급락이나 경영악화로 투자 유치에 실패한 경우다. 위자드소프트는 지난 1월2일 일반공모를 결의했으나 경영진의 횡령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나흘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대흥멀티통신 신한STI 피코소프트 등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대흥멀티통신은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외면했다. 피코소프트는 외국계 자금유치를 위해 3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섰으나 한 건도 청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신한STI는 등록 취소 등으로 무산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침체로 주가가 유상증자 발행가격을 밑도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공모참여를 꺼리고 있다"며 "장내에서 매수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증자에 제동을 건 사례도 많다. 엘케이엔씨를 비롯해 아이빌소프트와 환경비젼21 등이다. 증권업계는 모디아의 증자대금 허위납입 파동 이후 금감원이 모호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업체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장 신뢰도 추락 우려 지난 24일 증자결의를 철회한 엘케이엔씨가 대표적이다.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시가 나오기 전후로 1백14%까지 폭등했던 주가는 이후 50% 급락했다가 지난달 초 증자계획이 본격화되자 93% 치솟았다. 최근에는 유상증자 철회를 앞두고 44% 하락하는 등 주가는 널뛰기 모양새를 보였다. 위자드소프트도 증자 공시가 나오기 전 이틀동안 8.8% 상승했다. 그러나 증자철회를 전후해선 주가가 직하강했다. 대흥멀티통신은 유상증자 공시 이전 6일간 29% 올랐지만 이후 폭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잇따른 증자 실패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는 데다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증자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