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휴대폰 배터리를 냉동실에 넣어두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글이 인터넷에 나돌았다. 일견 '과학적'인 설명에 국내 유수 S연구소란 출처까지 붙어 네티즌들 사이에 급속히 퍼졌다. 하지만 정작 S연구소는 이같은 연구를 내놓은 적도 없거니와 배터리를 얼리면 성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배터리 해프닝은 '지식공유시대'가 낳은 폐단중 하나다.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식'이 빛의 속도로 확산돼 퍼져나간다. 근거없는 소문까지도 그럴 듯하게 포장된채 지식으로 소비되고 진실인양 뿌리내린다. 최근 인터넷에서 확산중인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도 일면 비슷한 맥락이다.국민연금의 '모순과 횡포'를 조목조목 지적한 이 글은 네티즌들에 힘입어 인터넷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열혈 네티즌들은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촛불집회를 열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안티 국민연금론'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측은 뒤늦게 공식해명 책자를 발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인터넷에서 번지고 있는 '반(反)국민연금 운동'의 근간에 정부정책에 대한 가입자들의 뿌리깊은 불신과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겨냥한 포화 속에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경제난 취업난 실업난에 대한 총체적 불안이나 불만이 함축돼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실 초창기 '저부담·고급여'로 왜곡 설계됐던 국민연금은 온통 장밋빛으로 포장돼 알려진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도 크다. 가뜩이나 '더 내고 덜 받게 되는' 연금법 개정까지 눈앞에 둔 마당에 가입자들의 불만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정부가 그 취지와 존재 이유를 올바로 알리고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할 때이다. 미비점은 과감히 뜯어고쳐야 한다. 김혜수 사회부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