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선(線)이다. 시골 길엔 선도 신호등도 없다. 도시가 되면 차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선을 비롯,중앙선과 정지선 등 각종 선이 생긴다. 선을 긋는 건 차와 사람에게 가야 할 길과 서야 할 곳을 알려줌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다. 따라서 모든 선이 중요하지만 중앙선과 정지선은 특히 그렇다. 두 가지는 위반할 경우 인명사고와 직결될 확률이 높다. 생명선인 셈이다. 국내의 교통사고 사망자중 보행자가 44.3%라는 통계도 있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정지선 지키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앙선은 위반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대다수 운전자들이 정지선은 도무지 안지킨다. 횡단보도가 뻔히 보이는데도 속력을 줄이지 않다가 급정거하느라 횡단보도에 들어서는가 하면,정지선을 지키고 서있는 앞차를 향해 앞으로 더 나가라고 '빵빵'거리는 일도 흔하다. 지난해 손해보험협회가 전국 주요도시의 교통질서 준수실태를 조사했더니 평균 52.4%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위반하고,서울은 그 비율이 79.6%에 달했다고 한다. 뿐이랴.차가 밀려있는 걸 뻔히 보면서도 교차로에 진입,이쪽저쪽 모두 오도가도 못하게 만드는 일도 잦다. 우회전 차선에 서있다 차가 출발할 즈음 갑자기 휙 직진 차로로 끼어들거나,심지어 좌회전할 것처럼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신호가 바뀌면 정지선 앞 직진차로로 방향을 트는 위험천만한 얌체족도 있다. 경찰이 마침내 정지선 위반 근절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캠페인 기간을 설정,매주 화요일 계도만 해왔는데 6월부터는 집중 단속해 승합차엔 7만원, 승용차엔 6만원의 벌금과 벌점을 매긴다는 것이다. 끼어들기 역시 간헐적인 단속으론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고 '뿌리 뽑기'식 단속에 들어간다고 한다. 정지선 위반과 끼어들기가 만연하게 된 데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법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의식 탓이 커 보인다. 묵과나 허술한 단속이 한몫 했음도 틀림없다. 그러나 남이 어긴다고 나도 어기면 결과는 난장판밖에 될 수 없다. 기왕 바로잡기로 했으면 "재수 없어 걸렸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해야겠거니와 기초질서 회복 여부는 누가 뭐래도 국민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에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