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생산이 증가했는데도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한국은행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 나타난 고용감소 현상은 그동안 제기돼온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특히 경제의 성장동력이 돼야 할 제조업부문에서 3년연속 고용이 감소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러다 실업문제가 우리 경제의 만성적 고질병으로 자리잡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다. 고용감소는 기업들이 설비자동화와 구조조정 등을 활발히 진행한 결과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데서 기인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높은 인건비 부담과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각종 규제 등을 의식해 국내투자와 신규고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혹 투자를 하는 경우가 있어도 국내보다는 중국 등 해외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일자리 부족 문제가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고용없는 성장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금안정이 최우선과제라는 결론은 쉽게 도출할 수 있다. 노동계도 이런 실정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때문에 이제는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거나 툭하면 파업부터 벌이고 보는 강성일변도의 노동운동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인상,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상식을 넘어서는 주장만 고집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런 행태는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기피하게 만들어 가뜩이나 심각한 실업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정부 또한 국내투자를 부추겨 산업공동화를 막고 고용을 유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투자와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 또는 완화해 기업의욕을 북돋워줘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재계총수와의 회동에서 기업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고 한 약속에 대한 후속조치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