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장관 교체가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정세현(丁世鉉) 장관이 평생을 함께 한 통일부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는 지난달 통일부 등을 지목한 개각설이 정치권에서 '솔솔' 흘러나온 뒤에도흔들림없이 대북업무를 이끌어온 데다 오히려 더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 장관은 25일 개각을 앞둔 심정을 묻는 기자들에게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내일 개각이 되더라도 오늘 할 일을 해야 한다는것이 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제1차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남측대표단을 면담한자리에서 "북측이 실현불가능한 것을 말하기도 하니 화내지 말고 차근차근 대응하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의 '남북회담 테크닉'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달 초 14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끝난 직후에도 개각설을 마다한 채 국민에게회담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거의 매일같이 열린통일포럼, 대학특강 등에 분주히 뛰어다녔다. 14차 회담에 앞서 경질설이 대두되자 열린우리당을 찾은 그는 "중요한 회담을앞두고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당당히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관'에서 '통일관'으로 명칭이 바뀐 대국민 통일홍보시설 현판을 친필로 제작, 남북관계에 쏟아부었던 자신의 열정을 남기고 싶은 심정을 엿보게 했다. 그는 한학과 붓글씨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9년 통일부의 전신인 통일원 공산권연구관으로 대북업무에 첫발을 내디딘그는 청와대 통일비서관, 민족통일연구원장, 통일부 차관을 거쳐 지난 2002년부터통일부장관을 맡는 등 26년간 남북관계 부처에 몸담아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 장관은 평생 함께 했던 통일부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며"참여정부에서 가장 오래 장관을 한만큼 대과나 후회 없이 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