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혁신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모니터그룹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지난 2개월간 주요 기업 CEO 1백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똑 같은 설문양식으로 실시했던 구미 기업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우리 기업의 혁신 개념과 경영혁신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을 예로 들면 한국 기업은 혁신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정보 및 지식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을 꼽았지만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은 '관료적 조직'이나 '일관적이지 못한 경영전략'을 저해 요인으로 들었다. 경영혁신 수준에서도 구미 기업에 비해 한단계 낮다는 것이 한국 CEO들의 자체 평가다. 설문에 응답한 CEO들은 우리 기업의 혁신발전단계가 5단계 가운데 중간인 '혁신 수용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았다. 이미 대부분 '능동적 대응관계'로 진입했고 일부는 '혁신주도'단계까지 이르고 있는 구미 기업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기업 CEO들이 가장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혁신프로세스로 나타났다. 혁신프로세스란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아 조직내부에서 평가ㆍ관리하며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상용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 혁신프로세스에 중간 이상의 만족 수준을 보이는데 반해 대부분 한국기업의 만족도는 중간 또는 그 이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략적 제휴 및 타사와의 공동 개발 등 부문에서 국내 제조업들의 만족도 수준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기업의 혁신활동을 자문해온 그동안의 경험과 이번 설문결과를 종합해볼 때 우리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혁신관련 도전은 '혁신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 등의 부문에서 선도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벤치마킹하면서 쉽게 목표를 달성하는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시점인데 문제는 새로운 가치와 그것을 찾는 새로운 방법을 의미하는 혁신은 벤치마킹으로 따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벤치마킹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더 이상 혁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은 경쟁 기업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고 기업 스스로가 창출해야만 한다. 이미 상당수 업종에서 많은 기업들이 세계 선도 기업이 된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힘든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조원홍 < 모니터그룹 코리아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