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인 수사관행 바뀌어야 한다 .. 姜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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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결과 발표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정치자금 수사가 마무리됐다.
6개월여 동안 제시간에 퇴근하지도 못한 채 사건 수사에 매달렸을 검찰의 노고에 경의를 드리고 싶다.
50여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권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해 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고 검찰독립이라는 역사적인 큰 걸음을 내딛는 공적을 이뤘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디 검찰 구성원들이 이번에 내디딘 걸음을 계속해 완벽한 '검찰권 독립'을 성취하길 기대한다.
이번 수사로 기소된 몇몇 정치인의 변호를 맡은 필자는 재판 과정에서 불법정치자금 수수가 정치인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잘못된 정치관행을 용인한 국민 모두가 반성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인들의 과거행위에 대한 처벌보다는 앞으로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지금도 그러한 생각에 변함이 없으나 이번 수사가 결과적으로 지난 4·15총선이 선거사상 가장 돈을 안쓴 선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선거풍토를 개선토록 했다.
특히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국회에 많은 신인을 진출시키는 계기가 됐으니 수사대상이 된 정치인들의 개인적 불행이 이러한 성과를 이루게 한 희생이었다고 위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검찰수사가 경제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만일 이번 수사로 경제계가 어떤 피해를 입었다면 이를 치유하는 게 이번 수사가 후세에 길이 평가받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음과 같은 제의를 하고자 한다.
첫째,정부는 이번 수사로 상처받은 기업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지금 나라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경제회복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기업인들은 일부 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차떼기'라는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한 범법자라는 식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몰라도 2002대선의 자금을 제공한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정치권의 명시적,묵시적 강요에 굴복한 피해자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과는 별도로 이같은 오해를 받은 억울함을 위로하는 것은 인간적 도리이고 그들을 분발시켜 경제회복의 역할을 맡겨야 할 정부로서는 더욱 해야 할 일이다.
둘째,정부는 국제적인 무한경쟁의 싸움터에 나가는 기업인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무기를 마련해주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박정희 정권이 경제발전에 성공한 요인 중 하나가 기업인들의 말을 듣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점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평등''분배'의 이념이 '반기업정서''자유시장경제 부인'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는 현실에서 정부야말로 정치적 고려없이 중심을 잡고 과감한 규제개혁과 공정한 법집행으로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 방법만이 국민소득 1만달러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국가경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고 신용불량,청년실업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단이라고 확신한다.
셋째,기업인들에 대한 수사관행의 문제점이 시정돼야 한다.
신용이 생명인 기업인들에게는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기소전까지는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사실이 공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기업 경영에 결정적 장애가 되는 회계장부나 금융거래사실에 관한 압수,수색영장의 발부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
수사시 변호인의 참여권이 인정되도록 형사소송법도 개정돼야 한다.
변호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도 필요한 일이지만 지켜야 할 기업비밀을 갖고 있는 기업인들에게는 특히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이상의 조치가 취해져 이번의 수사가 기업인들로부터도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법무법인 바른법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