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수단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감독당국이 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대안연대회의 이찬근 정책위원·인천대 교수)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대주주의 '회사자금 유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전문가들은 감독당국이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대주주들이 무리한 유상감자나 고배당을 통해 회사자금을 빼낸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감독당국이 이를 수수방관하면서 문제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실제 브릿지증권 대주주인 영국계펀드 BIH의 경우 지난 2002년 11월,2003년 6월에 이어 오는 7월 세번째 유상감자를 실시한다. 유상감자가 횟수를 더할수록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몫도 2백62억원(1차 유상감자)에서 3백75억원(2차),1천3백50억원(3차)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세번째 경우는 감자대금 마련을 위해 사옥을 매각한데다 두번째 실시할 당시 "향후 18개월간엔 감자는 없다"던 약속마저 무시하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은 "유상감자나 고배당은 주주총회 승인 사안인 만큼 현행법상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금감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태철 금감원 증권감독국장은 "감독당국이 유상감자나 고배당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주권리 보호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찬근 위원은 "정상적인 기업에서 적정수준의 투자수익을 얻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리한 유상감자나 당기순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고배당으로 기업의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것이 문제"라며 "후자의 경우 감독당국의 규제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이 단시일 내에 결론이 날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지금부터 이 문제를 토론에 부쳐 대안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면 '제2,제3의 BIH'가 또 나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증권부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