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반도 자생식물을 이용해 개발한 천연 물질이 미국에 잇따라 수출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바이오 벤처인 팬제노믹스의 진미림 박사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김선영 교수 팀은 과학기술부 자생식물이용개발사업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야생과일인 다래에서 항알레르기 천연물질(PG102)을 개발,2백10만달러에 미국의 제약회사인 에피카스(Efficas)사에 기술을 이전키로 27일 계약을 맺었다. 연구팀은 이 추출물질을 쥐에 투여한 결과 알레르기체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혈중면역글로불린E 농도가 크게 떨어졌으며,체내 면역력 관련 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생산이 효율적으로 조절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토피성 피부염을 일으킨 쥐에 이 물질을 투여하자 피부염 발생이 억제되는 효과가 뚜렷했다고 덧붙였다. 팬제노믹스 측은 "기술이전 조건으로 최초 기술이전료 외에 매출의 12.5%를 받기로 했다"며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최소 5천만달러에서 최대 1억달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벤처인 RNL생명과학(대표 라정찬)은 서울대 강경선 교수 팀과 공동으로 국내 자생식물인 복분자에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신물질(BHP9)을 개발,미국 건강식품회사인 세도나(Sedona)사에 3년동안 1천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대 공중보건학 실험실 연구팀은 효능검증 결과 이번 복분자 추출 물질이 지방과 탄수화물을 분해해 체내에 흡수되도록 하는 효소들(라이페이즈,알파 글루코시데이즈)을 억제함으로써 지방 등을 그대로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BHP9의 다이어트 효과를 비교 실험한 결과 시판 중인 유명 비만 치료제보다도 뛰어났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세도나사는 이 물질을 캡슐 형태의 '엔자이트림(EnzyTrim)'이란 상품으로 만들어 6월부터 미국 전역에 시판할 예정이다. RNL생명과학도 이 물질에 대해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인진쑥 등을 섞은 다양한 제품을 제조해 조만간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복분자의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는 한국독성학회지(6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자생식물이용개발사업단 정혁 단장은 "이번에 잇따라 성사된 계약은 국내 바이오벤처의 대표적인 수출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