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코카콜라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었을 때 투자자들은 물론 종업원들도 새 사령탑의 국적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새 CEO는 모두 미국 사람이 아니다. 맥도날드의 CEO인 찰스 벨은 호주 사람이다. 코카콜라의 CEO인 네빌 이스델은 아일랜드 시민이고 전임자인 더글러스 대프트는 호주 출신이었다. 요즘 들어 점점 더 많은 미국 기업의 CEO가 외국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간단한 아침식사의 대명사인 켈로그의 CEO 카를로스 구티에레즈는 쿠바에서 태어났다. 그는 멕시코시티에서 판매 담당자로 출발했다. 미국 최대 알루미늄 회사인 알코아의 CEO 알레인 벨다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브라질 시민이 됐다. 그는 알코아의 브라질 법인을 운영하다 정상에 올랐다. 반면 아시아나 유럽기업의 CEO 중 자국 출신이 아닌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영국의 이동전화회사인 보다폰의 아룬 사린이나 버버리의 로스 마리 브라보 정도가 외국인이다. 유럽기업들은 나름대로 국적을 탈피해 CEO를 영입하고 있지만 그것도 유럽 내 국가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에선 브라질 출신인 카를로스 곤 사장이 운영 중인 일본의 닛산이나 몇몇 싱가포르 기업 외에 외국인 CEO를 영입한 기업이 많지 않다. 스위스 로잔에 있는 경영대학원 IMD 인터내셔널의 폴 스트레벨 교수는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에서 CEO로 활동 중인 미국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미국 기업은 영업범위가 전세계에 걸친 다국적 기업이 많기 때문에 해외 현지법인 책임자로 그 나라 출신을 영입하고 그 사람이 능력과 경험을 충분히 쌓을 경우 미국 본사의 CEO로 선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미국출신의 중간 관리자들은 미국 시장 자체가 워낙 넓기 때문에 미국에 안주하는 경향이 높다. 스스로 제2,제3의 외국어를 배우거나 국제적인 경험을 쌓는 사람도 의외로 적은 편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외국 사람들에게 더 개방적이고,외국 사람들 역시 영어에 익숙한데다 할리우드 문화의 확산으로 미국 기업에 쉽게 적응하는 것도 미국 기업에 외국인 CEO가 많은 이유로 꼽힌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