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명랑씨(31)에게 시장은 친숙한 삶의 터전이다. 실제 영등포 시장에서 출생해 자랐고 현재 '삼오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에겐 시장통의 모든 것이 소설의 소재이기도 하다. 이씨의 신작 장편 '나의 이복형제들'(실천문학사) 역시 시장통 사람들 이야기다. 전작 '삼오식당'이 억척 상인들의 눈물 많은 사연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은 주변부적 타자들의 밑바닥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삼오식당'의 등장인물들이 어려운 삶을 꾸려가지만 그래도 한국인이고 몸도 건강한 데 비해 '나의…'의 주인공들은 17세 유랑소녀 영원,주민등록증을 얻기 위해 갖은 폭력을 견디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 조선족 여성 머저리,근육 마비증으로 온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춘미 등 무엇 하나 제대로 가진 것 없이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이씨는 "삶의 마지막 코너까지 몰린 사람들의 상처와 상처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상처에 상처가 더해졌을 때 우리들 나약한 인간들이 느끼게 되는 촉감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소설의 화자인 영원은 만신인 어머니와 어떠한 권위도 갖지 못한 유약한 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다 17세에 집에서 뛰쳐나온다. 여기저기 떠돌다가 영등포시장에 이른 영원은 그 자신의 눈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삶을 찬찬히 기록해 간다. 연민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던 영원은 차츰 이들의 동지와 친구,동생과 누이가 되어간다. 주변부적 타자들이 영원의 이복형제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양진오는 "이씨의 이번 신작은 시장의 주변부적 존재들이 가난과 소외를 돌파하려는 생의 의지를 놀랍도록 강렬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