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등학교 시절엔 생물학을 무척 싫어했어요.주로 암기력만 필요로 했거든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침팬지의 22번 염색체 연구결과를 발표해 과학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박홍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구조분석 실장(42)은 "논리성을 필요로 하는 물리나 수학을 더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생물과목의 성적이 나빴음에도 대학 진학 때 생물학과를 선택한 것은 "엉뚱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어느날 지구의 70∼80%가 물로 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물 속에서 자라는 나무를 만들어낼 수 없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이 때의 호기심으로 결국 생물학과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박 박사는 전남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유학길에 올라 교토공예섬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에 몸담고 있던 지난 97년 국제 공동사업인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일본측 팀장을 맡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2000년까지 이 프로젝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번 침팬지 연구 프로젝트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참여하게 된 것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일본측 총 책임자였던 사카키 요시유키 도쿄대 교수가 박 박사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세계 생명과학 연구의 주류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지요."


박 박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후속인 침팬지 유전체 연구사업에 한국이 참여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17명의 연구원 중 16명이 비정규직인 현실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