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근처의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씨(39)는 여름철을 앞두고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이맘때 쯤이면 되풀이 되는 무좀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구두를 벗고 슬리퍼를 신고 지내지만 발이 가려워 손으로 긁기 일쑤다. 동료들로부터 눈총을 받지 않을까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올해는 기필코 지긋지긋한 무좀으로부터 탈출하겠다고 결심하고 최근 피부과를 찾았다. 무좀은 주로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며 장마철에는 더 심해진다. 무좀의 예방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 도움말 = 이은주 을지대학병원 피부과 교수 ] ------------------------------------------------------------------------- ⊙ 무좀은 얼굴에도 생긴다 무좀은 곰팡이(진균)의 일종인 '피부사상균' 때문에 생기는 피부병이다. 또 신발이나 양말을 통해 옮기거나 공중목욕탕 등에서도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가장 흔한 것은 발에 생기는 족부백선으로 이를 일반적으로 무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좀은 발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손 머리 얼굴 사타구니 손톱 발톱에도 무좀이 생길 수 있다. 무좀과 습진을 혼동해 습진 약을 쓸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습진 약에 들어 있는 염증 완화 성분인 스테로이드 제제로 인해 피부의 면역력이 떨어져 균이 더욱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을 쓸 때는 먼저 피부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피부가 헐지 않았다면 깨끗이 씻어 피부의 각질층을 부드럽게 한 뒤 항진균제를 바른다. 먹는 항진균제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뒤 결정한다. 수포가 생겼을 때 물집을 터뜨리면 2차 감염될 위험이 높다. 이 경우 무턱대고 약을 바르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무좀 치료 이전에 감염을 막는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 발무좀은 2개월이상 치료 발무좀은 쉽게 완치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좀균이 독해서 치료하기가 힘든게 아니다. 환자의 끈기가 부족해 치료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 며칠 치료하면 증세가 크게 호전되는데 이를 다 나은 것으로 알고 치료를 중단하기 쉽다. 따라서 균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는 치료를 계속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은 무좀의 정도를 고려해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손 발 머리 얼굴 사타구니 등에 생기는 무좀은 연고제로도 충분하다. 약이 잘 들어 며칠만 발라도 효과가 있지만 6주 정도 발라야 하며 증세가 없어진 후에도 15일 정도 추가로 발라주는게 좋다. 반면 손ㆍ발톱 무좀은 먹는 항진균제가 좋다. 먹는 약은 곰팡이의 세포활동을 억제하므로 무좀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먹는 항진균제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보통 손톱 무좀은 6주 이상, 발톱 무좀은 12주 이상 약을 복용한다. 최근에는 바르는 손ㆍ발톱 무좀약도 나왔다. ⊙ 민간요법은 피해야 무좀으로 오래 고생한 사람들은 민간요법에 관심을 갖기 쉽다. 식초에 발을 담그거나,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모래 찜질하는 등의 민간요법이 대표적이다. 식초는 살균작용을 하므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식초는 곰팡이가 기생하는 각질층만 벗겨내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을 줄여줄 뿐이다. 식초산에 의해 피부 습진이나 화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뜨거운 모래로 찜질할 경우 강한 자극으로 피부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무좀 부위에 마늘즙을 바르거나 소금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 방법 또한 가려움증을 일시적으로 없애는 것에 불과하다. 전문의들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이용할 경우 피부를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