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두 도시 베이징과 상하이 사람들은 서로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베이징 사람은 상하이 시민을 '돈만 아는 좀팽이'라 하고 상하이 사람은 베이징 시민을 '가진 것도 없는 허풍쟁이'라 경멸한다. 시기는 다르지만 똑같이 외지인들의 손에 의해 건설된 두 도시 사람들. 서로 경쟁하는 것 못지않게 성격차이 또한 커 '물과 불'이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게 했을까. '경제특파원의 신중국 견문록'(한우덕 지음, 삼우반)은 그 배경을 성(城)과 탄(灘)이라는 이질적인 문화 코드에서 찾는다. 지역 전체가 성으로 구성된 베이징 사람들은 울타리를 만들고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쓴다. 당연히 집단의식이 형성돼 서로 '형님' '아우'로 부르고 서열도 매겨진다. 이 곳에서 관시(關係)가 맹위를 떨치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하오하오(好好)"를 입에 달고 살지만 다분히 폐쇄적이다. 반면 해변 강변을 뜻하는 '탄'의 도시 상하이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다. 경제적인 목적으로 모였기 때문에 문화 자체가 비즈니스 성향이 짙다. 경계가 없어 개방적이고 '친구' 관계가 더 힘을 얻는다. 실속을 너무 챙겨 '쩨쩨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오늘날 상하이 사람들의 우월주의는 지난 10년간의 경제 발전에서 비롯됐고 또 그것은 중국 공산당의 패권 다툼과 연계돼 있다. 저자는 과거 중국 역사를 씨줄로, 북쪽 압록강변 단둥에서 남쪽 광둥에 이르는 지역 리포트를 날줄로 엮어 정치 경제 사회시스템의 빛과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중국인 사이를 분열시키는 심리적 만리장성' '화려했던 당나라 시대로의 회귀 열망을 드러낸 당장(唐裝)의 유행' '불법은 간 곳 없고 권법만 남은 허난성 소림사' '최대의 민영 기업단지이면서 알부자가 가장 많은 저장' 등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성장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원자바오의 한마디에 큰 쇼크를 받은 한국 경제. 이제는 '올인'해 버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것이 지금의 한ㆍ중 관계이며 이 책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3백36쪽, 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