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뒷받침 없이 수출만 '나홀로' 독주하는 불안한 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은 자동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고, 투자 역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건설 수주액이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 그나마 내수경기를 떠받쳐 왔던 건설경기마저 꺾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였다.



수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 등 일부 업종만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을 뿐 나머지 산업은 수출에서마저 불황 조짐이 나타났다.


중국의 긴축 정책과 고유가 등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대외 악재가 적지 않은 터여서 '수출 외줄타기'마저 한결 불안해진 상황이다.



◆ 불안한 '수출 외끌이' 성장세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달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두자릿수(11.3%)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업종간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됐다.


전달 56.4%를 기록했던 반도체 업종의 생산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달 62.3%로 높아졌고 영상음향통신 업종도 27.6%에서 32.8%로 생산증가폭이 커졌다.


반면 휴대용 컴퓨터와 액정모니터 등 사무회계용 기계 업종과 섬유 업종은 지난달 각각 마이너스 13.9%와 마이너스 10.7%를 기록, 지난 3월(각각 -5.8%, -8.4%)에 비해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산업생산 증가율은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 등 두 업종을 제외할 경우 11.3%에서 2.3%로 급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 예상보다 심각한 내수 부진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산업활동 동향'에 포함된 지표 가운데 예상을 가장 크게 빗나간 것으로 투자증가율을 꼽았다.


지난달 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 2.5%로 전달(-7.7%)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난해 4월부터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였기 때문에 올 4월에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전달에 비해 투자 감소폭이 줄기는 했지만 이 역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3월에는 대통령 탄핵과 폭설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많았지만 4월엔 별 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건설 수주액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건설 수주액은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건설 기성액(현재 이뤄지고 있는 건설투자)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지난해 이후 줄곧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던 건설투자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투자와 함께 내수의 또 다른 한 축인 소비도 좀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중 도ㆍ소매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0.1% 늘어나기는 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줄곧 감소세였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한 셈이다.



◆ '더블딥' 논란 재연


지난달 산업활동 동향이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국내 경기가 '더블딥'(반짝 성장 후 재침체)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더라도 올 하반기 수출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더블딥'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현 경기 국면은 더블딥이라기보다는 정체로 봐야 한다"며 "하반기 수출 둔화폭을 내수가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향후 경기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