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단기급락의 후유증으로 거래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800선을 회복하며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거래감소는 시장의 체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일단 '쉬어가자'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가 하락기를 이용해 주식을 싼 값에 사들이는 투자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주가가 반등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증시에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호재'란 말이 있다.


일부 외국인은 이번 하락장에서 이 말을 충실하게 실천했다.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바겐 세일'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지분율을 5% 이상으로 늘려놓는 공격적인 해외펀드도 있다.


외국인이 지난 12일 이후 사들인 규모는 1조6천5백억원어치에 달한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3백68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결과는 외국인의 압승이다.


반등이 시작됐던 지난 12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의 수익률은 18%를 웃돈다.


반면 개인투자가는 6% 정도의 이익을 내 외국인의 수익률에 크게 못미쳤다.



◇ 위기는 기회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자동차다.


지난 27일까지 1천6백6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포스코는 1천6백43억원, 한국전력공사도 1천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현대모비스 엔씨소프트 LG화학 현대중공업 SK텔레콤도 매수타깃이다.


주요 해외펀드 별로 보면 △스몰캐피털월드펀드는 대림산업 △플레티늄에셋은 대우인터내셔널과 범양건영 삼성물산 △야누스캐피털은 LG석유화학을 집중 매입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두가지다.


실적이 뛰어난 우량주라는 점과 내수주 내지 경기방어주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기전자주는 그동안 외국의 대형펀드가 주로 사들였던 종목군이다.


대형펀드가 주식비중을 줄이면서 대량 매물이 쏟아졌고, 반등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매수강도는 낮았다.


그러나 비(非)IT주는 상대적으로 매수강도가 강했다.


IT주에 비해 주식편입비중이 낮았던데다 이번 급락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떨어졌던 탓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대형 우량주중 경기방어주나 내수주는 그동안 외국인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었지만 주가가 급락해 실적의 안정성과 함께 가격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수의 의미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턱없이 싸다는데 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업가치로 본 주가는 외환위기때 수준보다도 떨어졌다.


현대차의 올해말 주당 순이익은 7천4백46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97년의 7백12원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주가는 1만5천원대에서 4만4천원대로 두배 반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주가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급락은 중장기투자를 주로하는 대형펀드에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 '바겐 헌팅'은 지속된다 =외국인은 최근들어 부쩍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이후 4일 연속해서 8천3백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반등직후인 지난 12일 이후엔 이틀 샀다가 이틀 팔았다 하더니 최근에는 매일 하루에 1천억-2천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관련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국내외 시장에서 미국 금리인상 등 트리플악재에 대한 내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중국쇼크 등은 잠재적 위험요소로 남아 있다.


시장에 내성이 생겼을 뿐이지 악재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시장은 종목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증시 관계자는 "작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나타난 강세장은 풍부한 국제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실상 종목의 구분 없이 급등했다"며 "그러나 달러약세기조가 완화되면서 작년과 같은 국제적 유동성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앞으로는 철저히 기업실적에 근거한 종목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외국인이 최근 급락한 비(非)IT종목의 우량주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에서 이같은 종목장세의 전조가 보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