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세자가 있었다. 일이 있어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그 곳 선술집에서 토박이 시골처녀를 만났다. 시쳇말로 '필'이 꽂혔다. 왕세자라는 신분을 숨긴 채 며칠을 즐겁게 보냈다. 왕세자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갖은 방법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고,마침내 왕실의 허락을 얻어 결혼에 성공했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 구조다.


프랑스의 동화작가 C 페로가 1697년 발표한 '신데렐라'와 기본 골격이 판박이다.


이 이야기는 그러나 먼 옛날의 구전설화도, 동화를 쓰기 위해 꾸며낸 것도 아니다.


바로 지난 14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결실을 맺은 실화다.


주인공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덴마크 요트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프레데릭 왕세자와 호주의 서민가정 처녀 메리 도널드슨. 유럽과 호주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이 '21세기판 신데렐라' 도널드슨에게 쏠렸다.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화제에 올려졌다.


그녀의 고향 태즈메이니아에 대한 높은 관심도 당연했다.


태즈메이니아?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의 다른 도시에 비하면 참 생소한 곳이다.


호주에서도 시골 축에 드는 대륙 남부의 섬이니 그럴 만하다.


태즈메이니아는 그러나 호주의 섬중 가장 크며, 하나의 독립된 주(州)이기도 한 곳이다.


한반도 3분의 1 크기에 50만명 정도가 사는 태즈메이니아에서는 호주 대륙에서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메마른 호주의 아웃백과는 달리 험준한 산맥과 광야, 푸른 초원과 한적한 해변, 그리고 깨끗한 강 등 싱그러운 자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주도는 남동부의 항구도시 호바트.


시드니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주도다.


웰링턴산을 배경으로 더웬트강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호바트는 죄수들이 지은 사암 벽돌건물을 간직하고 있다.


인구는 20만명선.


교통혼잡 시간대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기차다.


토요일 아침의 살라만카 시장을 비롯해 레스트 포인트 카지노 또는 해안가의 해산물 레스토랑은 언제나 생기가 넘친다.


웰링톤산 정상에서의 전망이 뛰어나다.


산정에서 맞는 바람 또한 이색 체험거리.


남극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산정의 나무들이 한 쪽으로 누워 있을 정도.


그 바람의 맛을 차가운 샴페인을 마시는 것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이곳의 공기는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호주 선수들의 식수를 타즈메이니아에서 공수해 왔다고 한다.


수질이 좋은 것을 웅변하는 1백50년 전통의 캐스케이드맥주 공장도 둘러볼 만하다.


호바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태즈먼반도 끝자락의 포트 아서는 태즈메이니아의 초기 역사를 볼 수 있는 곳.


호주 개척 초창기 유럽에서 호주로 이송된 죄수 중에서도 그 죄가 무겁거나 또다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오싹한 기운의 감옥과 정신병원, 감시탑, 조선소 등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이 보존돼 있다.


호주 최초의 석조교회도 볼 수 있다.


포트 아서 고속도로변의 타라나에는 성깔이 고약하기로 이름 높은 '태즈메이니안 데블' 보호공원이 있다.


호바트에서 헤리티지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 정도 올라가면 만나는 론세스턴은 태즈메이니아 제2의 도시.


거리 곳곳에 공원이 산재해 공원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옛 모습 그대로인 빅토리아풍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를 산책하는 맛이 남다르다.


1백년 역사의 출렁다리가 놓여 있는 남서쪽의 카타락트 계곡에서는 대자연의 모습을 만끽할수 있다.


론세스턴에서 서쪽으로 3시간 정도 가면 태즈메이니아 자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바로 크래들산-레이크 세인트 클레어 국립공원지대로 들어서는 것.


이 공원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아 보호받고 있으며, 태즈메이니아 전체 면적의 20%중 일부로 강과 폭포, 호수와 숲이 빚어내는 자연의 조화를 흠뻑 느낄수 있다.


아래쪽으로 플랭클린-고든 와일드 리버 국립공원, 사우스웨스트국립공원이 이어지는데 고든 리버 크루즈나 경비행기를 타면 그 아름다움을 입체적으로 감상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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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태즈메이니아는 호주내 다른 지역과 달리 사계절이 뚜렷하다.


한겨울에는 산정에 눈이 쌓이기도 한다.


평균기온은 여름 22도, 겨울 13도.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호바트에 국제공항이 있지만 한국에서 들어가는 직항편은 없다.


시드니 또는 브리즈번에서 국내선을 이용한다.


시드니와 멜버른항에서 출발하는 '스피릿 오브 태즈메이니아' 크루즈를 타고 가도 된다.


멜버른항에서 매일 오후 9시에 출발, 태즈메이니아 북중부 항구도시인 데번포트에 이튿날 오전 7시 도착한다.


시드니항에서는 매주 화ㆍ금ㆍ일요일 오후 3시에 출발해 다음날 오전 11시30분에 데번포트에 닿는다.


요금은 1백15(9만2천원)~3백80(30만4천원) 호주달러까지 다양하다.


패키지여행 상품은 없다.


배낭여행 전문업체들이 여행 일정을 맞춰 준다.


호주정부관광청 (02)399-6502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