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건축물 미술장식(조형물) 제도를 공공미술(Public Art) 제도로 전환하려는 데 대해 미술계 내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미술제가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문화관광부 주최로 지난 28일 문광부 회의실에서 열린 공공미술제 도입 공청회에 참석한 화랑과 작가 등 미술인들은 "리베이트,심의위원들의 이권 개입 등 현행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러한 제도적 장치 없이 공공미술 운영을 위한 공공미술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옥상옥(屋上屋) 기구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했다. 공공미술로의 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미술제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공공미술제는 건축주가 조형물 의무설치 대신 공공미술 기금으로 대납할 경우 미술장식 비용을 건축비의 0.7%에서 0.5%로 낮춰주고 이 기금으로 공공미술센터를 설립해 도시 환경을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찬경씨(대안공간 풀 디렉터)가 "공공미술제 도입은 작가 화랑(중개업자) 건축주 모두에게 득이 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 반면 성완경 미술인회의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아직 공공미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시기상조론을 폈다. 염기설 예원화랑 대표는 "현 미술장식제의 문제점을 보완해도 충분한데 정부가 공공미술센터를 설립해 모든 권한을 준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각가 김성회씨는 "공공미술은 말 그대로 정부가 공공기금을 조성해 집행해야지 개인 건축주가 내는 기금으로 운영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조각가 박수룡씨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건축물심의위원들의 80%는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이들이 건축물 심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폐해"라면서 "공공미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심의위원들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조형물 사업에 이해가 얽혀 있는 일부 화랑과 작가들이 공공미술제로 전환할 경우 기득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로 너무 자기 주장만 편 게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