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노벨상 수상자의 첫 총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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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국내 간판격의 이공계 대학이라고 할 KAIST 총장에 선임된 것은 한마디로 신선하다.
노벨상을 수상한 외국인의 총장 선임이 국내 대학 사상 처음있는 일인 만큼 앞으로 과학기술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기대 또한 높은 것 같다.
그런 기대는 KAIST 이사회가 총장 선임 배경으로 "변혁기에 있는 한국에서 KAIST의 제2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힌데서도 읽을 수 있다.
러플린 교수 역시 "총장으로 선출되면 KAIST를 사회와 산업이 요구하는 학생을 배출하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아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동의와 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정부 또한 대학 교육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러플린 교수는 과연 그런 기대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기대가 높다면 그 못지 않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전제조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과기부 관계자의 말대로 러플린 교수가 월드컵 축구 4강 신화의 히딩크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해 주기를 원한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화를 대학 내부에서부터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돼야 한다.
정부 또한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스포츠보다 더 인내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특히 그래야 한다.
만약 대학 내부에서는 변화에 호응하지 않고,정부 역시 간섭은 간섭대로 하면서 성과만을 채근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그런 조건에서는 누구를 데려온들 외국인 총장이 얼굴 마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꼴이 될 것이 너무도 뻔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실질적인 개혁도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KAIST의 이번 시도가 성공하려면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인적자원을 공급하고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우수한 인력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그렇다.
KAIST는 그동안 국내 이공계 대학을 선도해 왔다.
그런만큼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그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그 결과 굳이 외국인 총장이 아니더라도 대학의 개혁과 국제화를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그런 교육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