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일본열도 불황탈출 (上) 간사이 '부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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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저녁 교토 로열호텔에선 간사이국제홍보센터 주최로 지역대표와 외국 특파원간 교류회가 있었다.
도쿄지역의 특파원을 초청,지역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간사이 중심인 오사카 교토 효고 나라 등의 지자체 관계자들과 지역 유지들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경기회복 논쟁'으로 옮겨갔다.
마쓰시타가 5월 중순 발표한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의 총투자규모 1조원의 세계 최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건설이 최대 이슈였다.
간사이 경제동우회의 우메다 요시하키 기획조사부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는 경기 회복이 뚜렷해졌지만 간사이는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컸다"면서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지역 주민들이 이번 발표로 매우 고무됐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설비투자 실행이 경기 회복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1970년대 초반까지 경제중심지였던 오사카와 전통의 도시 교토 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지역은 지난 90년대 이후 수도권과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5월 현재 실업률은 6.3%로 전국 평균보다 2%포인트나 높을 정도로 장기불황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었다.
철강 화학 선박 등 고도성장기의 중후장대한 제조업이 중심인 데다 중소기업과 자영 상인이 많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에는 도요타의 본거지로 일본 3대 경제축의 하나인 나고야로부터도 추격을 받을 정도로 경기가 위축된 곳이다.
이처럼 장기불황 피해가 컸던 간사이에도 올 들어 불황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간사이 경제 회복의 주역은 역시 대기업이다.
디지털카메라 액정TV DVD레코더의 국내외 수요가 폭발하자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려 지역경제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간사이를 대표하는 3대 디지털 기업인 마쓰시타 샤프 산요 등은 올 들어 잇따라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샤프는 올 1월 미에현 가메야마시에 액정패널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이달 초 증설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게다가 대기업들의 수출 증대 효과도 중소기업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다.
간사이 기업들의 수출은 5월까지 25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교토부의 아마미야 아키라 공보실장은 "올 들어 지역에 거점을 둔 대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로 중소기업들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면서 "수도권에 비해 느리지만 경기 회복세는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심리가 좋아져 주민들의 소비도 살아나고 있다.
관광객들도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
아직 호경기 시절만은 못하지만 조금씩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한큐 다카시마야 등 오사카 시내 대형 백화점도 봄철 이후 판매 회복세가 뚜렷해졌다.
2002년 봄 방문 당시 절반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고 썰렁했던 다이에 등 할인점이나 상가는 2년 전보다는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다.
오사카 시내에서 15년째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박혁신 사장(41)은 "90년대 초와 비교하면 아직은 경기를 느낄 수 없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방문 고객수나 1인당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교토 나라 등도 올 들어 골든위크 시즌을 비롯 주말에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교토역 앞 로열호텔 관계자는 "5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국내 투숙객이 1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중상층 문화 상품인 고급 녹차의 경우 장기불황으로 지난 10여년간 소비와 판매가 줄어왔으나,올 들어 산지로 주문이 다시 늘고 있다.
일본의 3대 명차 산지인 우지시 차생산조합의 데라가와 도시오 이사는 "일본 경기와 가장 밀접한 소비식품이 고급 녹차"라면서 "올 들어 주문이 다시 늘고 있는 것만 봐도 경기가 좋아지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간사이 지방에도 '일본경제 부활'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주민들은 하반기부터 경기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