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製-販 납품가격 전쟁] (下) 상생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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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격을 둘러싼 제조.유통간 갈등은 골이 깊어 하루 아침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들은 최저가보상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할인점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할인점들은 새 점포 부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할인점간 경쟁이 치열해 제조업체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어떤 업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거래중단 사태까지 나타나자 납품업체와 할인점들은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에 힘에서 밀린다고 판단,공동으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홍연탁 한국식품공업협회 부회장은 "식품 제조업체들의 경우 유통합리화추진위원회를 두고 각 업체 영업담당 간부들이 수시로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면서 "양측이 협상하는 데 근본적인 걸림돌이 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들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은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는 SCM(공급망관리)이 갈등을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상력에 의존하는 제조·유통간 윈-윈은 단기적이지만 SCM에 의한 제조·유통 공동의 비용절감 노력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도 제조·유통업체 간 대화에 무게를 두며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체로 원칙론적인 입장들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 유통 서비스가 외국에 비해 획일적인 면이 있다면서 다양한 유통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을 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초빙교수로 현지에서 유통시장 내 갈등관계를 연구 중인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소수 업체가 소매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업태와 차별화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시장환경 조성이 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월마트의 구매기준과 요구를 맞출 수 있는 미국 제조업체는 거의 없기 때문에 월마트 매장 대부분은 중국이나 후진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소수 업체의 시장 지배를 경계했다.
이수동 국민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장)은 "할인점이 힘을 휘두르기보다는 비용절감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할인점들의 자체 노력을 촉구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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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관리'란…
SCM은 원재료 공급업체->제조업체->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상품이동의 모든 정보를 제조.유통.물류업체가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SCM체제가 구축되면 신제품개발,판촉,재고관리,결품방지,상품보충 등에서 낭비가 없어져 제조.유통업체 모두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판매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