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국인의 불법적인 외국 부동산 매입 사례를 전면 조사키로 한 것은 거액의 국내 자금 해외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 부동산에 자금이 투입될 경우 국내 자금이 장기간 잠기게 되고 해당 부동산을 판다고 해도 국내로 다시 흘러들어오기 힘들다는 것. 금감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불법 송금과 해외 부동산 불법 취득의 고리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검찰,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당국뿐 아니라 국내외 은행 지점과도 공조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왜 조사하나 금감원은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자금중 상당수가 외국 현지 부동산 매입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입 등에 따라 LA 한인타운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3년새 두 배나 뛰었다. 뉴욕에서도 국내 거주자 50명 이상이 고급 아파트를 매입했으며 뉴욕 인근의 베드타운인 뉴저지주 버겐카운티를 찾는 내국인이 부쩍 늘고 있다. 미국에선 이밖에도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댈라스 마이애미 등 한인 집단 거주지역, 중국에선 상하이와 베이징이 해외 부동산 매입 붐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는 한국은행 신고가 단 한건도 없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금이 불법 송금됐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외국환거래법상 내국인이 2년 이상 체류 목적으로 30만달러 이내의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한은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밖의 목적으론 개인이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 어떻게 조사하나 금감원은 우선 국내외 금융회사들로부터 협조를 받을 계획이다.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자금이 금융회사 계좌에서 움직인 사례를 수집해 사용처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뉴욕 홍콩 등의 금감원 현지사무소는 내국인의 현지 부동산 매매정보를 취합, 어떻게 자금이 유입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환치기' 등 불법 외환거래가 발생했는지, 무역금융을 위장해 자금이 불법 송금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및 관세청 등과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도 검토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의 해외도피 여부도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올 초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중 일부가 해외에서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감원은 우선 7월까지 조사를 마무리짓고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추가 조사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파장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