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홍수에 휩쓸린다. 로스앤젤레스의 명물 "할리우드(HOLLYWOOD)" 입간판은 강력한 토네이도로 산산조각나고 도쿄에는 조약돌만한 우박이 내린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영화 '투모로우'는 세계의 대도시들이 기상 이변으로 초토화되는 섬뜩한 광경을 보여준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수온이 급강하해 기상 이변과 제2의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한 가상 상황이다. 이 영화에는 '퍼펙트 스톰'의 폭풍,'고질라'의 뉴욕 파괴,'딥 임팩트'의 해일,'트위스터'의 토네이도 등이 특수효과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뉴욕의 빌딩숲에 해일과 홍수가 덮치는 장면,빙하의 엄습을 괴물의 습격처럼 묘사한 장면 등이 일품이다. 영화 속에서 환경 재앙은 천재들의 경고를 묵살함으로써 악화되는 양상을 빚는다. 주인공 잭 홀 교수(데니스 퀘이드)의 견해는 동료 학자와 미국 정부의 고위관료,시민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된다.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목소리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오늘의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미국은 응징을 받는다. 미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은 사고로 죽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이 미국 난민들을 받아준 멕시코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국경을 넘는 멕시코 난민들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의 현실과 정반대다. 기후 변화는 지구촌의 질서도 바꾸는 것이다.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만 해도 지구의 구세주는 미국이었다. '고질라''스타게이트''패트리어트' 등 '2% 부족한 흥행작'을 연출해 온 에머리히 감독의 약점은 이 작품에서도 군데군데 드러난다. 대통령과 만날 만큼 정부 인사들과 친밀한 잭 홀이 방위군의 도움 없이 아들 구출에 나서고 모든 시민들이 빠져나간 도시에 여의사가 어린 환자와 함께 남는다는 설정 등은 사실성이 부족하다. '스펙터클'도 기존 영화를 복제 변형함으로써 참신함을 잃었다. 4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