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29일 밤 도쿄의 쇼핑 중심지인 긴자거리는 쇼핑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긴자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에르메스 카르티에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기 시작,현재 매장 수가 2백개를 넘는다. 샤넬과 크리스찬디올은 금년 말 세계 최대 단일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다. 상류층 소비자가 즐겨 찾는 명품거리는 이미 호황을 맞은 듯했다. 올 들어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주가가 오르면서 상류층에 이어 중산층도 지갑을 열고 있다. 수도권과 도요타 본고장인 나고야 등 대도시 샐러리맨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놀이공원인 도쿄디즈니랜드(TDL)는 주말마다 10만여명의 고객이 몰려들고 있다. 5월 초 골든위크 때는 70만여명이 방문,개장 21년만에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중산층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소비에 나선 모습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중산층 소비 회복의 단초는 디지털 호황을 맞은 대기업들이 제공했다. 대기업들이 수출 호조로 늘어나는 이익금을 설비투자에 쓰면서 중소기업들의 경기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또 신규 채용을 늘리고 임금 인상을 단행,샐러리맨들의 소비심리를 살아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올 3월 말 끝난 2003회계연도에 사상 최고의 순익을 거둔 대기업들은 임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4월27일 발표한 여름 보너스 현황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1인당 보너스는 77만5천4백엔에 달해 전년보다 2.5% 증가,2년 연속 늘어났다. 대기업이 돈을 풀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소비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8월 올림픽과 내년 3월 아이치 세계박람회까지 '소비특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 통계에서도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산업성이 지난 28일 발표한 샐러리맨 소비지출은 4월 중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82년 10월 이후 21년만에 최고 신장률을 기록했다. 대표적 내구재 소비재인 자동차가 2% 증가했고 여행 관련 지출도 늘어 소비 증가세를 반영했다. 스미토모종합연구소의 기리시마 가즈다카 수석연구원은 "중국붐과 디지털 특수로 시작된 경기 회복이 내수 확대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소비지출이 늘어 3단계인 '디플레 탈출'로 연결되면 일본 경기는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쿄 나고야 등 대도시에선 이미 소비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일본의 '버블 붕괴' 주역인 부동산과 유통업에도 투자가 다시 늘어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도쿄 등의 건물을 매입,재개발에 들어가면서 대도시 땅값도 바닥을 치고 반등 중이다. 미쓰코시 한큐 다카지마야 등 대형 백화점은 십수년만에 다시 매장을 증개축,'일본 경제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일본 경제의 부활을 국내외에 선언할 계획이다. 일본 경제 회복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 주목된다. 도쿄·나고야=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