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로 예정됐던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 개시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기술표준을 놓고 이해당사자간 입장차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도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올해안에 서비스가 시작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31일 "지상파DMB 일정을 정확하게 못박지 않는 게 좋겠다"며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기술표준을 채택해 논란이 재연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한쪽의 기술을 채택하진 않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상파DMB의 기술표준을 둘러싼 논란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MBC는 새로운 이동멀티미디어방송 기술인 'DVB-H'를 기술표준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DVB-H는 유럽의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인 DVB-T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동방송 수신기술. 아직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진 않았지만 주파수 활용면에서는 지상파DMB보다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이날 정보통신부 주최로 한국전산원에서 열린 '지상파이동멀티미디어방송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석원혁 언노련 정책위원은 "독일의 경우 지상파DMB는 독자표준의 한계와 기술적 제약으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이동멀티미디어 방송의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DVB-H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 위원은 "DVB-H의 상용화 시기도 빠르면 올해,늦어도 2006년 초로 전망되고 있다"며 "특허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상파DMB의 상용화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을 새로 들고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지상파DMB 장비를 개발해온 중소업체들은 이제 와서 기술표준을 바꾸면 그동안 개발한 기술은 물거품이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기술표준을 바꿀 수 없지 않느냐"며 "기술표준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질수록 기술개발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