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기획예산처) "국내 주식시장은 채권에 비해 위험이 높고 수익은 낮은 기형적인 구조다."(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 연ㆍ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소관 부처인 예산처와 복지부가 채권과 주식 수익률에 대해 서로 상반된 수치를 제시, 연금 가입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예산처는 최근 '기금 주식투자 허용, 문제는 없는가'라는 홍보물을 통해 국민연금의 투자상품별 운용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주식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홍보물에 따르면 주식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 평균 13.0%의 수익을 올렸고 채권 수익률(연 평균)은 이보다 5%포인트 가량 낮은 8.1%에 그쳤다. 반면 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에서 과거 17년간(1987∼2003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6.41%에 불과한데 비해 회사채 수익률은 12.38%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연ㆍ기금의 주식투자를 늘리려는 예산처와 이에 반대하는 복지부가 각기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식ㆍ채권 수익률 계산기간을 아전인수식으로 설정해 계산한 결과다. 복지부는 주로 주식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병준 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은 "주식은 위험과 수익이 모두 높은게 일반적이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위험만 크고 수익은 낮은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예산처 주장에 대해서는 "그건 국민연금이 그동안 운용을 잘했기 때문일 뿐이며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예산처는 저금리 기조 속에 선진국처럼 연ㆍ기금의 주식투자는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규돈 예산처 금융기금과장은 "채권금리가 2001년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조사기간을 20년가까이 장기화할 경우 채권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급격히 덩치가 커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계속 채권 투자에만 집중할 경우 '채권 초과수요 발생→채권금리 하락→연금 수익률 하락'의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부처간 홍보전에 대해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부처마다 각자 입장에 부합되는 내용만을 홍보해 연금가입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정책목표가 다를 순 있지만 객관성이 요구되는 수치를 입맛에 맞게 가공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