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펀드 적대적 M&A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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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범위를 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확대, 국내 기업들에 경영권 방어의 길을 넓혀주기로 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외국인들이 지분을 여럿으로 나눠 국내 기업 지분을 인수하면 해당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 범주에서 빠져 내국인 주주들의 의결권이 제한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당초(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로 인정받는 외국인투자기업의 범위를 '단일 외국인이 10% 이상 지분을 가진 경우'로 한정하고 '단일 외국인을 외국인(기업) 및 그와 자본출자 관계에 있는 외국인(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외국인 투자기업 범위(외국인 지분이 10% 이상이거나 외국인과 실질적으로 거래 및 제휴관계가 있는 경우)를 크게 줄여놓은 것이다.
강 위원장은 앞으로 단일 외국인의 범위에 외국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외국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및 이들의 임원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시켜 투기성 펀드가 지분을 여럿으로 나눠 실체를 숨긴 채 국내 기업의 적대적 인수ㆍ합병에 나서기 어렵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소버린자산운용이 현행 14.9%인 SK㈜ 지분을 10% 이하의 두 개 이상 펀드로 분산시키더라도 앞으로는 SK㈜의 외국인 투자기업 지위가 그대로 유지돼 SK㈜ 계열사들은 의결권을 그대로 유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강 위원장은 특히 "외국인들이 지분을 여러 개로 쪼개 투자할 때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국이 조사권을 발동해 달라"는 최 회장의 요청에 대해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강 위원장은 이날 최 회장에게 SK의 지주회사 전환과 집중투표제ㆍ서면투표제 도입 가능성을 물었고 최 회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 회장에 이어 오는 3일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과 만날 계획이다.
김병일ㆍ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