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로 예정됐던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의 서비스 개시 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술표준을 놓고 이해당사자간 입장차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 추천권을 가진 방송위원회와 사업 허가권을 가진 정보통신부의 입장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31일 "지상파DMB 일정을 정확하게 못박지 않는 게 좋겠다"며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기술표준을 채택해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표준을 둘러싼 논란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정보통신부 주최로 한국전산원에서 열린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전국언론노조와 MBC는 지상파DMB 대신 새로운 기술인 'DVB-H'를 이동멀티미디어방송 기술표준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VB-H는 유럽의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인 DVB-T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동방송 수신기술로 아직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진 않았다. 석원혁 언노련 정책실장은 "독일의 경우 지상파DMB가 기술적 제약으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DVB-H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구만 서울산업대 교수도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기술표준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KBS SBS YTN 등과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지상파DMB의 상용화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지상파DMB 장비를 개발해온 중소업체들은 "이제 와서 기술표준을 바꾸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용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상파DMB는 DVB-H에 뒤지는 기술이 아닐 뿐만 아니라 충분히 검증됐고 상용화에서 앞선 기술"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신용섭 전파방송정책국장은 "두 표준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DVB-H 방식에 배정할 주파수를 찾고 있다"며 "상용화 준비를 마친 지상파DMB 사업자를 먼저 허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김춘식 방송정책실장은 "사업자 추천과 관련해 어떤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