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기론을 설파하면서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 회장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정신재무장과 의식 개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조례사를 한 것은 올들어 신년사 이후 처음이다. 다임러와의 결별 이후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현재의 성과에 만족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직접 경영일선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날 조회에서 올해 6개 모델에 이어 내년 6∼7개 차종을 출시하고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렸다지만 임금동결을 실현한 도요타 등의 선례에 따라 현대차 그룹도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관리체제 구축과 미래차 개발,노사관계 강화 등 경영 전반에서 도요타의 선례를 강조하고 위기감 공유와 의식개혁,체질개선 등 세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노사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아 어느 한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동차는 움직일 수 없다"며 "노사신뢰가 기반이 돼야 생산성 향상과 투자,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용훈 현대차 홍보담당 부사장은 정 회장의 위기 강조에 대해 "지난해 1천만대 이상 공급과잉을 빚을 정도로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순간이라도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최근 대내외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전개하고 있는 것도 내수부진,고유가 등 대내외적인 환경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현장 경영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각 계열사의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지주회사 설립 현황을 직접 챙긴데 이어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투자 및 일자리 확대 방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달 중순에는 앨라배마 공장 시험가동에 맞춰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가 일단락되고 정부와 재계간 대화채널을 구축하면서 경기회복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정 회장의 행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