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앙숙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간의 자존심 싸움이 커피로까지 번져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있는 썬과 시애틀 근교에 본사를 둔 MS는 각기 같은 지역 태생의 커피 체인점인 자바시티와 스타벅스를 은근히 편들면서 사업장 밖에서도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썬의 대표 기술인 '자바(Java)'를 연상케 하는 자바시티의 본사는 캘리포니아에 있다. 스타벅스는 MS와 마찬가지로 워싱턴주가 자랑하는 대표 기업이다. 양쪽 다 한국에서도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MS 본사의 임직원들은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MS가 입주해 있는 강남 포스코센터의 자바시티 점포에 가지 않고 일부러 길건너 스타벅스를 찾을 정도로 유별난 '동향 사랑'을 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자바시티와 스타벅스엔 각자 썬과 MS를 연상케 하는 커피 메뉴가 있다는 것이다. 자바시티엔 자바 언어를 기반으로 한 BEA시스템즈의 주력제품명과 똑같은 '턱시도(Tuxedo)'란 메뉴가 있다. BEA시스템즈 역시 반(反)MS 진영에 속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에 반해 스타벅스에 가면 MS가 내년 말께 선보일 예정인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의 암호명인 '유콘(Yukon)'이란 커피 메뉴를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처음엔 그냥 우연의 일치려니 생각했다'며 "하지만 스타벅스와 자바시티의 메뉴에 각각 양사의 제품명이 있는 걸 보니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조너던 슈월츠 사장은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된 '썬 네트워크 컨퍼런스 2004'에서 기조연설을 하다가 "스타벅스는 값 비싼 커피를 세계 곳곳에서 파는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