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적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불입,주식 등에 분산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투신 미래에셋 KB자산운용(옛 국민투신) 대투운용 한투운용 푸르덴셜투신 랜드마크투신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적립식 펀드 가입자 수는 지난 1일 현재 21만4천명으로 작년 말(4만7천명) 대비 3백50% 급증했다. 하루 평균 1천명 이상이 적립식 펀드에 신규 가입한 셈이다. 적립식 펀드 규모도 같은 기간 1천3백억원에서 4천1백억원으로 2백% 이상 늘었다. 국민은행 등을 통해 적립식 펀드를 팔고 있는 랜드마크투신의 경우 작년 말까지 8천6백여명에 불과했던 펀드 가입자가 10배 이상 급증한 9만8천9백명으로 1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KB자산운용 미래에셋 등도 올들어 각각 2만∼3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주가의 급등락에도 불구,적립식 펀드 규모가 이같이 급증하는 첫번째 이유는 저금리 상황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3%대로 떨어져,세금과 이자를 제외한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다. 1천조원 중 현금·예금이 60%나 차지하는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운용방식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 말부터 2003년 말까지 24개월 동안 널뛰기 장세에도 불구,매달 일정액을 적립식 펀드에 불입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14.5%에 달했다. 증권업계는 적립식 펀드 급증을 장기투자 패턴 정착의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계금융자산이 확정금리형 상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몰빵식' 직접투자에서 장기투자로 이전되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10년 넘게 500∼1,000의 장기 박스권에 묶인 채 외국인에 휘둘려온 한국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석도 나온다. 최홍 랜드마크투신 사장은 "확정금리형 상품을 고집하던 은행권 고객이 적립식 펀드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급등락이 심한 증시에 장기적으로 분산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의 장점이 부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해균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저금리 추세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개인의 자금도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적립식 펀드의 급팽창은 이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