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8년 제정된 민법을 46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개정하는 것은 그동안 크게 바뀐 사회환경과 청소년들의 성숙도 등을 감안했다. 민법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생활 관계를 규정한 일반 사법(私法)이라는 점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의 엄청난 시대 변화를 생각해 보면 전면 개정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특히 지난 5년간의 검토끝에 마련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물권 채권편 등 재산법 중에서 무려 1백30개 조항을 고치는 등 경제사회적인 변화를 크게 반영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와 소비자 권리가 대폭 강화된 것도 그런 결과로 볼 수 있다. 채무자가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이 사실을 보증인에게 알리도록 하는 등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보증제도를 크게 손질한 것은 우리 민법을 세계적 추세에 맞게 한단계 높였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신축건물에 하자가 있을 때 지금까지는 보수 청구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고,여행자의 피해보상 강화 등 그동안 많은 논란을 빚어왔던 소비자들의 권리를 상당폭 개선시킨 것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등을 설립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정을 고쳐 일정 조건만 갖추면 인가만으로 손쉽게 설립하도록 한 점도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점점 커지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성년(成年) 나이를 만 20세에서 19세로 한살 낮춘 것이다. 19세가 되면 부모 허락없이 결혼하고, 신용카드를 취득하거나 부동산매매가 가능한 당당한 '경제주체'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준거법인 민법상 성년 기준이 달라짐에 따라 선거권행사연령을 20세로 규정한 선거법 개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8~19세 등 각종 법률마다 서로 다르게 적용하는 청소년 연령 기준도 차제에 어느 하나로 통일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 법률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게 얽혀 있어 쉽게 결론을 도출해 내기가 어려운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또 다양한 부문에서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올 가을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1~2년 간의 유예기간을 둘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관계 당국들은 최종안을 확정하기 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과 전문가들의 검토 등을 거쳐 미래사회에 대비한 민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