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둘러싸고 관가는 물론 산하기관 단체 공기업들은 벌집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다. 국가균형발전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방 이전이 사실상 확정된 기관은 1백91개. 그동안 은밀하게 작업이 진행돼온 만큼 기관장급만 이전 후보지를 아는 정도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몸이 달아 있는 곳은 오히려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각 지자체들은 이미 유치하고 싶은 기관들을 찾아 다니며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이전 대상 기관들은 원칙적으로는 서울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이 불가피할 경우 대체로 행정수도로 옮겨 가기를 원하고 있으며 차순위로는 충청권 또는 원주 등 서울과 가까운 곳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옮길 경우 어디를 원하나 대부분의 정부 산하 기관들은 수도권 잔류를 원칙으로 하되 옮길 경우 신행정수도→충청권→원주 등의 순으로 이전 희망지를 꼽고 있다.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국세심판원 경제자유구역기획단 등은 '신행정수도'로 옮기기를 원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가스공사와 석탄공사는 원주를 1순위에 올렸다. 다만 석유공사는 충청권이 아닌 인천 송도신도시를 이전 1순위 지역으로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연구원들은 원칙적으로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덕연구단지처럼 하나의 단지를 만들어 행정수도 근처로 이전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 관계자는 "지난해 이전 대상 기관으로부터 희망 지역을 받아본 결과 신행정수도와 충청권을 제외하고는 원주를 지망한 곳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 머뭇거리는 공공기관들 대부분의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은 각종 명분을 내세워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은행들은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을 떠날 수 없다"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관련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서울 잔류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국의 전력사업을 총괄하는 본부를 옮겨서야 되겠느냐는 입장이다. 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성남시를 조성할 때 문화기관을 들여놓는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금의 위치에 자리잡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옮기라는게 맞는 얘기냐"며 "교수와 직원을 합쳐 2백명도 안되는 인원을 지방으로 옮겨 무슨 이득이 생기느냐"고 볼멘소리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도 "서울 상암동에 조성 중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에 들어가도록 계획돼 있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기관들도 정부의 일방적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학술원은 "서울에 연고를 둔 나이 드신 회원들이 많은 단체의 성격상 이전은 힘들다"며 반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 통합거래소 출범과 함께 부산으로 이전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증권거래소는 "주식시장의 중개, 증권사 영업 등이 모두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거래소 본사만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느냐"고 반문했다. 한 기관의 관계자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다른 기관의 상황을 주시하는 눈치보기가 극심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