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증권가에 '인수ㆍ합병(M&A)' 경계령이 내려졌다. '큰손'들이 기업인수 가능성을 내비치며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주식을 털고 나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서울식품이 대표적이다. 개인 투자자 경규철씨(22)는 지난 2월초 11.28%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그는 이어 7차례에 걸쳐 이 회사 주식을 추가매수, 지분율을 27.21%까지 끌어 올리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 주가는 그가 사들인 가격의 약 10배 수준인 9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5월말부터 본격 매도에 나서 이날 현재 지분율이 13.36%로 떨어졌다고 공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초기 투자원금(42억원, 보통주 기준)보다 많은 53억원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현 보유물량(3일 종가 기준 62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73억원 상당의 매매차익 및 평가익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한제지도 마찬가지다. 개인 투자자 박주석씨(40)는 지난 1월 경영참여 목적으로 남한제지 주식을 5.76% 샀지만, 현 보유 지분은 2.79%에 불과하다. 그동안 두차례 팔고 세차례 사면서 M&A 소문만 낸 셈이다. 그도 1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코스닥기업인 아이즈비전도 비슷한 사례다. 작년말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며 27%의 지분을 사모았던 한 장외업체가 최근 '투자회수'를 하겠다며 지분의 절반 가량을 매각해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M&A 가능성을 믿고 뒤늦게 주식매입에 나선 개인들이 그만큼 손해를 떠 안은 셈이다. 실제 서울식품과 남한제지 모두 M&A 기대감이 꺾이면서 이날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밀렸다. 한 개인투자자는 "M&A가 될줄 알고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대주주가 주식을 팔다니 황당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적문제가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영참여의 목적으로 주식을 산 뒤 보유주식을 팔거나 그 목적을 번복했다고해서 법적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A를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곧바로 처분해 이익을 챙기는 '머니 게임' 세력에 대해 투자자들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M&A 가능성만 믿고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