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가난했고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그러나 그는 강인했고 큰 뜻을 품었다. 어머니의 옥팔찌를 팔아 마련한 은 10냥을 밑천으로 장사에 뛰어들었다. 대상(大商)을 거느리며 비즈니스에 눈을 뜬 그는 사설 은행을 설립하고 무역업의 강자로 부상했다. 곧 중국 15개 성과 홍콩 베트남에 지점을 열며 중국 금융업의 대부로 떠올랐다. 광산 개발과 전등회사 수자원공사 수력발전소도 건설했다. 그는 영국 '타임'지가 뽑은 19세기 세계 10대 갑부 중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4위에 올랐다. 그의 이름은 왕치.중국인들은 그를 '전왕(錢王)'이라 불렀다. 신간 '전왕(錢王)'(리허 지음,백은경 옮김,명진출판)은 그의 탁월한 경영지침 66가지를 일화와 함께 정리한 책이다. 핵심 주제는 '왕치에게 배우는 경영의 도'다. 책에는 '남에게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부의 '쓰리쿠션 법칙'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실천한 그의 성공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왕치가 뜻을 세우고 참는 법을 배우던 '입지' 시절.적은 자본으로 고향에서 무명을 사다가 외지에 팔고 그곳의 흑설탕을 들여와 팔았다. 아직 '초짜'였기 때문에 다른 상인들의 멸시를 받았으나 그는 결코 비굴해지지 않았다. 뜻을 세운 후에는 '견(堅)'과 '인(忍)'의 자세가 필요하다. '견'은 강인하면서 연약하지 않은 것이며 '인'은 굴욕과 수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 뜻을 잃지 않는 것.이것이 '전왕'으로 가는 첫번째 단계라고 이 책은 가르친다. '부를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직원들도 갓난아기 대하듯 아낀다''이윤보다 신용과 명예의 가치를 중시한다''완벽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눈앞의 이익 때문에 비도덕적인 일을 결코 하지 않는다''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원망하지 않고 산속에 호랑이가 있는 줄 알면서도 산으로 향한다''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돈 벌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돈의 주인이 되어야지 노예가 되어선 안된다''부유하되 인색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보살피며 의로운 일에는 기꺼이 베푼다'…. 그는 돈을 잘 벌었을 뿐만 아니라 잘 쓸 줄 알았다. 전쟁으로 국고가 텅 비거나 가뭄이 들면 수백만냥씩 기부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장학재단을 설립해 학생들을 지원하고 사재를 들여 도로와 다리를 건설했다. 청나라 정부는 이런 그에게 중국 역사상 유일한 '일품홍정상인' 작위를 하사했다. 장사의 신이라는 '호설암'도 '이품'에 그쳤으니 그의 '경세제민' 철학이 얼마나 높은 경지였는지 알 만하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더욱 반짝이는 '경영의 거울'이다. 3백52쪽,1만5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