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주 타깃 M&A 급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반도체장비 업체인 실리콘테크는 지난 1일 장마감 후 최대주주가 제일정보기술 대표인 안기남씨(5.5%)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주가는 4일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사흘연속 상한가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최대주주가 바뀐 VON(종합 소매업체)도 이날까지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초 장 마감 후 최대주주변경을 공시한 통신장비업체 BET는 공시를 전후해 이틀 연속 하한가로 떨어졌다.
최근 최대주주가 바뀐 코스닥기업의 주가가 '널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액면가를 훨씬 밑도는 저가주가 인수합병(M&A)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M&A를 가장한 '머니 게임'과 우량기업에 의한 M&A를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급증하는 최대주주 변경 기업=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까지 최대주주가 바뀐 회사 수는 1백21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한해 1백45개사의 83%에 달하는 규모다.
이달들어서만 드림원 실리콘테크 인컴 아이즈비전 BET 코웰시스넷 등 6개 기업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이처럼 최대주주 변경이 급증하는 것은 신규 등록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장외기업들이 기존 등록업체를 인수,우회등록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외기업인 삼원무역의 대표 이효제씨는 VON의 지분 19.13%를 확보,경영권을 인수했다.
현 주가가 1백10원(액면가 5백원)인 VON은 자본잠식과 액면가 미달로 관리종목에 편입된 상태다.
역시 장외업체인 메가라운드는 코스닥에 등록된 진두네트워크 지분 46.72%를 취득,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메가라운드는 지난 2000년 LG전자에서 분사된 업체로 진두네트워크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삼보정보통신 테크메이트 솔빛텔레콤 CMS 등도 장외업체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예당엔터테인먼트(오펜하이머) 텔슨전자(아틀란티스코리안스몰러컴퍼니즈펀드) 시큐어소프트(CSFB) 한신코퍼레이션(코로마스펀드) 등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외국계 투자펀드가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거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최대주주가 된 곳들이다.
◆주가 급등락 유의해야=최대주주가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다가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경비젼21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6일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내보낸 이후 8일 연속 하락했다가 9일 연속 상승한 뒤 다시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급락하는 등 비정상적인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다.
회계처리 위반과 액면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실리콘테크의 주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회사의 지분 11.52%를 들고 있던 보스톤엠앤에이(경영컨설팅전문회사)가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바람에 2대주주였던 안기남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섰을 뿐인 데도 주가는 사흘째 상한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VON도 비슷한 케이스다.
이 회사 주가는 공시 다음날인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 연속 상한가를 쳤다가 이후 17∼20일까지 나흘간 약세를 거쳐 소강상태를 지속하는 듯 보였지만 다시 이달들어 4일까지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M&A테마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합병 이후 기업 펀더멘털의 질적인 변화가 있는지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최대주주 변경공시가 나오면 인수기업의 실적과 과거 행적 등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인수주체가 제조업체가 아닌 개인이거나 창투사 등인 경우 머니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