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는 서비스업체만 챙기지 제조업체에 대한 정책은 뒷전입니다." "요즘은 캐시플로(현금흐름)를 보느라 다른 일은 아예 엄두도 못냅니다." "잘못된 금융관행에 대해 공정위가 개입하도록 정통부가 얘기 좀 해주세요." 4일 정통부 14층 회의실.'중견·중소 이동통신업체 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사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섰다.간담회는 휴대폰업계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정통부가 긴급히 소집한 자리였다. A사장은 "은행들이 중견 휴대폰 업체는 비전이 없다는 근거없는 분석에 근거해 자금 회수에 혈안이 돼 있다"며 "정통부가 국책은행을 설득해 휴대폰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B사장은 "정부는 신기술을 대기업에만 우선적으로 이전해주는 특혜를 베풀고 있다"며 "정부 특허료를 중소기업에는 차별적으로 적용해달라"고 말했다. C사장은 "국책금융기관이 수출 주문을 받은 물량에 대해서만이라도 금융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체 사장은 휴대폰업계의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기술유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장은 "업체들이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해외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생산 관련 노하우를 넘겨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견 업체들이 외국 기업의 연구개발 용역을 수주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유출의 통로가 된다는 것.이 사장은 "2년쯤 후엔 중국 등 다른 나라로 넘어간 기술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통부는 이날 회의에서 "허둥대면서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만들지는 않겠다"며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내리고 대책을 내놓을 테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열변을 토했던 휴대폰 업체 사장들은 '기대반 우려반'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김태완 IT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