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국토연구원에서 4일 열린 '공공택지·주택공급제도 개선 공청회'에서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간에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등 공개 찬성론자들은 분양 원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교통부 등 반대론자들은 원가 공개 대신 원가연동제 방식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극심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공청회 의견을 종합해 정부안을 만들겠다던 건교부가 '원가공개 불가,원가연동제 도입' 안을 미리 확정,발표함으로써 공청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했다. 박 국장은 "분양 원가 공개 및 공영개발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은 반대한다"면서 "정부는 조속히 공공주택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국민주택 규모 이하에 대해서는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시모(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도 "분양 원가 공개는 국민과의 약속이고 주택시장 안정의 중요한 핵심 요인이기 때문에 분양 원가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교부 등 원가 공개 반대측은 "25.7평 이하 중소형 평형에 대한 원가연동제를 실시할 경우 택지비와 건축비,기타 가산 항목 등에 대한 내역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사실상 분양 원가 공개 효과가 있다"며 "분양 원가 완전 공개에 따른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맞섰다. 또 "원가연동제가 분양 원가 완전 공개보다 신규 주택 분양가 인하,건설업체 폭리 제거,소비자 알권리 강화,주택품질 저하 방지,주택공급 위축 방지 등의 측면에서도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헌재 부총리도 4일 기자들과 만나 분양 원가 비공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밝힌 원가연동제로도 충분하다며 시장경제 원리상 원가 공개는 불가하다고 밝혀 열린우리당과 분명하게 입장을 달리 했다. 건교부는 중소형 평형에 원가연동제를 실시할 경우 택지비와 건축비,기타 가산 항목 등에 대한 내역이 공개되기 때문에 분양 원가를 간접공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 원가 공개 찬성론자들은 주공아파트 원가를 공개할 경우 민간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입장 변화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강해지면서 '원가연동제'를 도입키로 한 당정 협의 결과를 번복한 데 이어 원가 공개 쪽으로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